1학기 중후반부터였던 것 같다.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일에 집중도 안 되고 모든 것이 하기 싫고 마음은 답답하고... 여름학기가 끝날 무렵에는 절정에 달해서 학업은 물론이고 여러 면이 망가지기에 이르렀다.
이럴 때에는 머리를 비우는 것이 제일이라. 집에서 며칠 쉬기도 하고 여행도 다녀와 보고 술자리에도 나가 보고 했는데, 별로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게임이나 하는 것도 방법이기는 한데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고 그런 것 해서 뭐 하나 하는 생각이 더 들었다. 텔레비전을 켤 때마다 보이는 극 하나가 눈에 밟히기는 했다. 그러나 분명히 한번 보기 시작하면 마지막 회까지 볼 것이고, 이미 이십여 회가 지나서 첫 회부터 돌려 보기도 어렵고 해서 자제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첫 회를 보았다. 하루에 몇 편씩 며칠 보다 보니 방학이 끝났고, 그렇게 2학기가 시작되었다.
한 학기 동안 몇 안 되는 낙이었던 것 같다. 이런저런 생각도 하게 해 주었고. 생각을 하도록 유도하는 티가 나거나 구성이 치밀하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우리나라 현실에서 너무 많은 것을 바라면 안 된다. 그래도 전개 속도 같은 면에서는 근래에 보기 드문 수작이었던 것 같다. 극을 자주 보는 것은 아니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극과 함께 한 학기가 끝났다. 한 해의 끝이기도 하고 학부 과정의 끝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끝이라는 느낌이 너무 강하게 든다. 학기보다 극이 먼저 끝나든지 극보다 학기가 먼저 끝나든지 했으면 좀 덜했을 것 같은데.
이제는 정말 끝이다.
- 광편(光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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